[남평우칼럼] 지금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가 답이다.

기사입력 2023.12.0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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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 경제학자상은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에게 돌아갔다.

 

노동시장의 성별격차를 연구해 온 골딘 교수는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기자의 수상소감 질문을 받고 " 한국의 출산율이 0.86명인 것을 잘 알고 있다"라고 말해 한국 내에서도 관심이 끌렸다. 남녀 임금 격차에서 오는 불평등은 어제오늘 문제가 아니어서 단기간에 해결하기에 어려운 문제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2023 글로벌 성 격차 보고서"에는 여성이 남성과 같은 경제적 능력을 확보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169년쯤 걸린다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한국은 "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과 일. 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에서 성별을 이유로 임금을 차별화할 수 없다고 하지만, 작년 남녀 임금 격차는 31%로 OECD 평균 11.9%의 세 배에 가깝다. 

 

청소년 자살률, 노인빈곤율, 산업재해 사망률 등과 같은 낯익은 1위에 가려 OECD에 가입한 1996년(43.3%)부터 27년 연속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지 모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등한 노동과 동등한 임금의 당연한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택해야 하는 시간과 공간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더욱 암울하다.

 

정치가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면 입법을 통해 해결한다지만, 법이 있어도 개선되고 해결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위 법률들을 통해 알 수 있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이러다간 100년 안에 한국 청년인구가 94%까지 감소한다는 소식과 인구 소멸, 국가 소멸의 끔찍한 소식이 들린다. 이대로라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나라에 이어 가장 빠르게 쇠락으로 가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이스털린의 역설"로 유명한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은 " 소득은 행복과 비례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잘 사는 나라보다 행복한 나라를 더 좋아한다"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소득이 얼마나 늘어나는지에 관심이 간다. 임금격차로 인한 소득불균형, 그로 인한 출산율 감소, 마지막에는 인구, 국가 소멸이라는 예측 가능한 결과를 앞에 두고 우리는 선택의 폭이 좁다면, 한 가지 방법은 포기밖에 없어 보인다.

 

골딘 교수가 한국의 출산율도 잘 알고 있다면서 저출산 현상의 해법에 대해서는 "기성세대와 남성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면서도 "어려운 일"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골딘 교수가 말한 그 해법이란 수십 년간 당연히 여겨온 체제를 포기하는 일이기에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는 의미일 것이다. 체제에 안주하고 변화를 두려워하고 기존 체제가 바람직하다며 포기와 내려놓기를 거부하는 기득권이다. 

 

정상적인 상태는 또 다른 선택을 택하기보다는 포기를 통해 정상적인 그 이상을 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버지는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어머니는 집에서

가사를 돌보고 자녀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정상적인 가정 그 이상을 포기하는 것, 대기업은 공장 지어 일자리를 만들고 노동자는 열심히 일해 만든 상품으로 수출하여 이윤을 남겨 노동자는 그 대가로 임금이 올라 잘 살게 된다는 정상적인 그 이상을 포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버지가 가사를 돕고 어머니가 직장에서 일을 해도, 기업이 성장해도 그만큼의 임금이 오르지 않고 비정규직과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있는 한, 기득권에 있는 자들이 포기를 두려워하고 내려놓기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체계는 균열이 있을 수 없다.

 

이제는 선거철로 접어들었다.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은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극한 대립으로 증오와 혐오를 담보로 덜 나쁜 사람들을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그러나 먼저 정치인들의 기득권 포기가 우선되지 않으면 그것이 교만이고 위선이다. 체제를 곤고히 하고 그 체제에 덧대어 처방이라고 내놓는 기득권의 포장은 결코 심판 받아야 한다.

 

선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내려놓는 포기를 요구받는 지금의 사회다.

 

비단 정치권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은 기득권의 포기가 전제돼야 더 나은 미래를 향해 한 걸음 내딛을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기득권의 포기를 모르는 단단한 사회다. 

[이흥욱 기자 uhli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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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지니비니
    • 국회의원들은 왜 그렇게 오래해도 괜찮은가요?
      사회 곳곳 심지어 아파트입주자대표도 중임제한이 있는 이유는 선출직이기 때문인데,
      연간  5억~10억 재산이 늘어나는 국회의원 권한은 장기집행이니까 말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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