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평우칼럼] 천년의 숲에 아직도 아픈 상처가 남아 있다.

기사입력 2022.04.2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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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 송악면에 가면 봉곡사 주차장에서부터 봉곡사 앞까지 약 700M 에 걸쳐 있는 소나무 숲을 "천년의 숲"이라고 부른다. 산림청에서 지정한 아름다운 거리숲으로 지정할 만큼 아주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있는 소나무는 역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자란 것들이다.

 

아름드리 소나무 밑둥에는 한결같이 V자 모양의 흉터가 남아 있는데 이것은 일제가 패망직전에 연료로 쓰고자 주민을 동원해 송진을 채취했던 상처가 그대로 남아 있다. V자가 나무와 함께 자라 웃는 모양을 하고 있어 마음이 더욱 아프기까지 하다. 인간이 남긴 아픈 상처마져 나무는 인간에게 웃음으로 되돌려 주고 있다. 

 

자연은 이러한데, 아직도 일제 강점기 시절 부역하고 도왔던 자들을 척결하지 못하는 이 시대의 남은 자들은 시간을 내서 한번 쯤 이 길을 걸어 보길 바란다.

 

한 여성 정치인이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 천왕 생일 날 방문했다가 비판이 일자 모르고 갔다는 변명으로 무마한적이 불과 몇년 전 같은데 새 정부의 내각에 입각한다는 애기가 나오고 있다.

 

독립투사의 후손이 독립기념관장으로 제직하다 친일파에 관대한(?) 한 정당의 국회의원이 되는 지금의 현실이니 어찌보면 이 천년의 숲의 소나무들이 지금까지 온갖 비바람에도 버티면서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프랑스와  독일은 나치정권에 부역한 자를 지금까지도 색출해 법의 심판대에 새우고 있는데, 우리는 아직도 친일 부역의 자손들이 정치는 물론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아직도 떵떵거리며 활보하고 있는 게 개탄스럽다.

 

우리는 아직도 온전한 독립을 이루지 못했다. 한 명도 남김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않는 한, 그 후손들의 모든 재산을 환수하지 않는 한, 천년의 숲의 소나무들은 끝까지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두 눈 부릅뜨고 말이다.

 

아직도 주변에 친일파 후손들의 재산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들어 화가 머리 끝가지 치밀어 오르거든, 조용히 아산에 있는 봉곡사 입구를 찾아 천년의 숲을 걸어 보길 바란다. 

 

두 눈 부릅뜨고 역사와 함께 버텨왔던 천년의 숲 소나무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를.

[이흥욱 기자 uhlieb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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